(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정윤경 인턴기자 = “SNS를 자주 하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된 가짜뉴스가 많이 퍼졌어요. 코로나19에 현명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바른 정보만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웹사이트를 만들게 됐어요.”

코로나19가 대구 등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확산하면서 코로나19 관련 국내외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는 웹페이지와 애플리케이션 ‘코로나나우 [https://coronanow.kr/]’가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코로나나우는 질병관리본부(질본) 등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종합상황판을 통해 국내 감염 현황을 알려준다.
존스홉킨스대학 CSSE, 텐센트 등 국외사이트를 분석해 전 세계 코로나 치사·완치율 정보도 제공한다.

웹사이트 개발자는 놀랍게도 전문 프로그래머가 아닌 중학생들이다.
대구시 수성구 고산중학교 3학년 최형빈(16)·이찬형(16)군이 주인공.
최군이 웹페이지에 들어갈 내용을 구상하고 콘텐츠를 기획하면 이군이 필요한 자료를 질본 등에서 수집해 최군에게 전달한다.

학교는 방학 중이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대구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학원에 다녀오는 2시간을 제외하고는 컴퓨터 앞에 앉아 실시간 모니터링에 몰두하고 있다.

최군은 연합뉴스와 전화 통화에서 “학원에 있는 시간에 확진자가 나올까 봐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최군은 지난 3일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 만들기에 착수해 완성하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고 했다.
그는 “다른 사이트 개발자들은 하루 만에 만들었다는데 우리는 코드 하나를 짤 때도 구글을 검색하고 코딩 책에 나와 있는 예제를 참고하면서 만들어야 해서 조금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전부터 지역 상황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제공한 것도 이들이었다.
이들은 대구시 공식 블로그를 통해 관리 대상(중국 우한에 다녀온 대구시민)의 동선이나 관련 정보를 파악했으며 수성구 삼성화재 건물이 폐쇄되기 전부터 지역사회 감염 현황을 지켜봤다.

코로나나우 일평균 접속량은 1천500회로 집계된다.
최근 대구·경북지역에 코로나 의심·확진 환자가 급속도로 늘면서 평균 2천 명 이상이 접속한다고 했다. 앱 다운로드 수도 2백 회를 넘어섰다.

이들이 만든 사이트와 앱을 이용한 사람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용자 정모(26)씨는 “격리병원의 위치나 감염단계, 현재 환자의 상태가 잘 나와 있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정보로 만들어져 이 사이트만 본다”고 말했다.
다른 이용자 이모씨는 “국내 실시간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돼 있어 편리하다”고 칭찬했다.

프로그래머 김기석(28)씨는 “코로나19와 관련된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보기 쉽게 정리해 가독성이 좋았다”면서 “중학생이 개발했다기엔 믿을 수 없다”고 놀라움을 표했다.

최군은 “한 중국 교민이 코로나19 실시간 현황을 알려줘서 고맙다고 연락이 왔다”며 “그분 말을 듣고 중국 사이트에 홍보했더니 최근에 중국 접속자도 늘었다”고 전했다.

배너 광고 수입보다 개발·유지비가 몇 배는 더 들었지만, 이들은 모은 수익금으로 마스크를 구매해 대구시에 기부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모인 배너 수익금은 10달러(약 1만2천100원) 뿐이지만 더 쌓이면 마스크를 구매할 예정이다.

최군은 “마스크가 필요하지만 살 여력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기부하고 싶다”며 “사이트에 광고가 노출돼 불편하시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걱정 없는 하루를 보내기 위한 소중한 일이라고 양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했다.

개발에 참여한 이군은 “최근에 대구 지역에 확진자가 늘어서 안타깝다”며 “대구 지역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카페나 사이트에 코로나나우 주소를 올리고 있는데 지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최군과 이군은 현재 검사 진행 과정이나 변동 사항을 수동으로 일일이 입력하고 있지만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이들은 “개학해도 전 세계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사이트를 운영하겠다. 적어도 국내 확진자가 10명 이하가 되고, 전 세계 확진자도 몇백명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는 운영할 생각”이라고 다짐했다.

csm@yna.co.kr
yunkyeong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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