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설계 등에 활용…미래모빌리티·고객요구 대응
세계최대 VR 품평장 설치…신차개발 기간 20%·비용 연 15% 감소 기대

(화성=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현대·기아차 가 경기도 화성시 남양기술연구소에 150억원을 투자해 만든 세계 최대, 최첨단 VR(가상현실) 품평장.

20명이 동시에 신차 디자인을 검증할 수 있는 이 곳에서 VR 헤드셋 등 기기를 착용하자 현대차[005380] 수소 전용 대형트럭 콘셉트카 ‘넵튠’이 실물처럼 등장했다.

‘아바타’로 보이는 다른 참석자들과 함께 차의 안팎을 넘나들며 외관부터 바퀴 틈새, 운전석 계기판까지 다양한 각도에서 실제보다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

품평장에 설치된 36개 모션캡처 센서가 VR 장비의 위치와 움직임을 1㎜ 단위로 감지해서 영상이 지연되는 느낌이 거의 없이 생생했다.

현대·기아차 는 자동차 개발 과정을 혁신하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를 본격 가동하고 17일 VR 품평장 등을 미디어에 처음 공개했다.

현대·기아차는 미래 모빌리티 개발에 유연하고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 조직체계를 ‘아키텍처 기반 시스템 조직’으로 개편했으며 그 일환으로 버추얼 차량개발실을 신설했다.

버추얼 개발은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의 자동차 모델과 주행환경 등을 구축해서 기존의 개발과정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차량 제작 비용과 시간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가상 공간에서 간단한 조작만으로 디자인을 다양하게 바꿔보고 품평까지 할 수 있고 양산차 디자인을 정하기 위해 일일이 실물을 만드는 과정을 건너뛸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제작 차에서 검증하기 어려운 오류까지 확인해서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VR 품평장에선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 등 최고 경영진들이 매달 모여서 헤드셋을 쓴다. 10월 공개된 ‘넵튠’의 최종 디자인 평가 때부터 시범 활용됐으며 지난주에는 그랜저 후속 모델 디자인 개발 회의가 이 곳에서 열렸다.

VR 디자인 품평장은 글로벌 디자인 헤드쿼터이기도 하다.
현대차와 기아차 디자인 부문은 유럽, 미국, 중국, 인도 센터와 협업해서 각국 디자이너들이 한 공간에서 차량을 디자인하고 평가하는 원격 평가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작년 6월에는 VR을 활용한 설계 품질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방대한 3차원 설계 데이터를 모아서 실제와 같은 디지털 차량을 만든 뒤 VR 장비를 착용한 연구원들이 운행해보며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성과 각 부품 작동상태, 운전석 공간감 등을 확인한다.

단면을 절개해보며 엔진 움직임과 부품 작동 상황을 검증하고 현실에선 눈으로 볼 수 없는 공기이동 경로도 점검한다.

현대·기아차 설계부문은 생산·조립라인 설계에도 VR을 도입해서 인체공학적이고 효율적인 작업환경을 만들 계획이다.

현대·기아차는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가 연구개발 전 과정에 완전도입되면 신차개발 기간은 20%, 비용은 연 15% 축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빠른 물고기가 느린 물고기를 잡아먹는 시대’에 미래 모빌리티 대응에서 시행착오가 줄고 대처 능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남양기술연구소 관계자는 말했다.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 알버트 비어만 사장은 “버추얼 개발 프로세스 강화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와 고객 요구에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주요 전략”이라며 “품질과 수익성을 높여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하고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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