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내 회장직 은퇴…젊고 유능한 이들에게 길 내주겠다”
정계진출 관측도…대만 총통 후보군 비판 글 페이스북에 올려

궈타이밍 훙하이정밀 회장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의 주요 제품을 조립·생산하는 폭스콘의 창립자인 대만의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鴻海>)정밀공업 회장이 ‘2선 후퇴’를 예고했다.

로이터 통신은 15일 궈 회장이 타이베이의 행사장에서 만난 자사 기자에게 수개월 안에 은퇴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궈 회장은 “젊고 능력 있는 이들이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회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회사 사업과 관련된 전략적 의사 결정에 관여하고 싶다고 밝혀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업계에서는 궈 회장의 ‘2선 후퇴’ 소식이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그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홍콩 등 중화권 매체들과 인터뷰에서 “건강이 허락하는 한 5년은 더 일하고 싶다”며 회사 경영에 강한 의지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궈 회장이 세운 훙하이정밀은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업이다.

중국 본토의 여러 공장에서 저임금 비숙련 노동자를 대량으로 고용해 아이폰 등을 조립·생산하는 폭스콘은 훙하이정밀의 자회사로서, 애플의 최대 협력사이다.

궈 회장은 수년간 대만 최고의 부호 자리를 유지해왔지만, 미중 무역전쟁의 충격파 속에서 작년 훙하이정밀 주가가 40%가량 급락하면서 최고 부호 자리에서 밀려났다.

그의 갑작스러운 2선 후퇴 소식을 두고 대만 내 일각에서는 이미 사업으로 큰 부를 이룬 궈 회장이 2020년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가 ‘대만판 트럼프’를 꿈꾸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궈 회장은 최근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국민당 소속 한궈위(韓國瑜) 가오슝(高雄) 시장과 함께 가오슝시에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기술을 육성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두고 대만에서는 궈 회장이 친중 후보인 한 시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정치적 행보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궈 회장은 이날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가 주최한 ‘대만관계법 40주년’ 주제 토론회에 참석한 뒤 페이스북에 “미중 무역전쟁 시기, 극도의 중요한 주제로 토론이 이뤄지는데 정작 차기 대만 총통 후보자들을 현장서 볼 수 없었다. 큰 자리에 가겠다는 인물들이 이 회의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다”는 정치색 짙은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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