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전자파·오염물질이 건강위협”, 네이버 “친환경시설로 건립”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네이버가 경기 용인에 새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자 센터부지 주변 아파트 주민과 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특고압 전기공급시설에서 발생하는 전자파와 비상발전시설·냉각탑 시설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로 인해 데이터센터 바로 옆 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아파트 주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네이버는 경기 용인에 새로운 데이터센터 구축계획을 2017년 6월 언론에 공개했다. 2013년 강원도 춘천에 구축한 ‘각'(閣)에 이은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다.
데이터센터는 서버와 저장장치 등 전산설비를 구동하는 공간으로, 인터넷 서비스 회사의 ‘심장’으로 비유되는 핵심 시설이다.

용인 새 데이터센터의 규모는 부지 기준으로 약 13만2천230㎡(4만평)로, ‘각’의 2.5배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금액은 당초 4천800억원에서 5천400억원으로 늘었다.
네이버는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중이다.
네이버는 새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등 기술 고도화에 따라 급증하는 데이터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인프라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네이버는 용인시 기흥구 공세동 공세초등학교 앞 사업부지 소유권과 관련한 법적 분쟁을 마무리 짓고 데이터센터 구축이 포함된 산업단지 지정 신청을 준비 중이다.
이를 위해 센터부지 주변 대주피오레2단지아파트 등 지역 주민에게 ‘네이버·공세동 프로젝트’라는 데이터센터 안내 책자를 보내 센터 내 설비 시설과 구축계획을 설명했다.
용인시는 2017년 9월 당시 정찬민 시장이 네이버를 방문해 적극적인 용인투자를 당부하는 등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에 적극적이다.
네이버라는 기업이 들어서면 일자리 창출, 지역 가치 상승 등 효과가 날 것으로 기대하는 사업부지 주변 주민들도 있다.
그러나, 대주피오레2단지 아파트 주민과 공세초등학교 학부모 사이에서 데이터센터 구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공세초등학교와 대주피오레 아파트 사이에 위치한다. 공세초등학교 정문과는 왕복 2차로 학교 앞 도로를 사이에 두고 바로 인접해 있다.

대주피오레2단지 주민들은 지난해 5월께 데이터센터 반대를 위한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나서 올 4월 주민대책위원회로 변경해 데이터센터 건립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 시설 중 주거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 철저히 파악하고, 어떤 위해성이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며 네이버에 정확한 자료공개와 환경·안전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주민들은 특고압(154㎸) 전기선이 공세초등학교 통학로 길에 매립될 경우 아이들이 전자파에 노출돼 건강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또 디젤발전기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폐암, 천식, 심장병 등을 유발한다는 미국 생태환경부 자료를 인용하면서 데이터센터 비상발전시설의 유해성을 주장하고 있다.
냉각탑의 냉각수 처리에 필요한 약품이 공기 중에 흩어져 날릴 경우 인근 공세초등학교 학생들이 노출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주민들의 주장에 대해 네이버는 데이터센터는 분기별로 환경부 및 지역환경청에 오염물질, 열원, 상하수도 사용량 등을 정기적으로 보고하고 감독받도록 제도화되어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공세초등학교 바로 옆에 들어서는 것을 꺼리는 주민들에게는 아파트 부지 옆이나 도심에 구축된 국내외 다른 기업의 데이터센터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전자파에 대해서는 공세동 데이터센터 구축 시 주변에 미칠 전자파를 예측하고자 미래전파공학연구소에 의뢰해 춘천 데이터센터 ‘각’, 평촌 메가데이터센터, 공세동 사업부지에서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전자파 인체 유해기준에 미달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은 네이버의 설명을 믿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세초등학교에 아이 3명이 다닌다는 대주피오레2단지 주민 오수정(43)씨는 다른 학부모 3명과 함께 4월 말과 5월 초 두 차례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이 있는 강원도 춘천을 찾아가 현지 주민들의 의견을 직접 듣고 왔다.

오씨는 “춘천 시민들도 처음에는 네이버라는 기업의 말을 믿고 데이터센터 구축에 찬성했으나, 네이버가 약속한 체육공원 조성, 주민과의 소통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알려줬다”라면서 “네이버가 지금 우리에게 설명하는 말들이 지켜질 거라는 신뢰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데이터센터 구축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부모로서 자녀의 건강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를 다하고 싶다”라면서 “법적, 행정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용인시가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아이들의 눈에 부끄럽지 않은 인허가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는 이미 춘천에 지은 데이터센터를 통해 주변환경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친환경 기술을 담아낸 새로운 데이터센터 기준을 만들었다”라면서 “앞으로 주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 주민 걱정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hedgeho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